같은 바다를 두고 왜 식탁은 달라졌을까

유럽은 왜 해산물을 많이 먹지 않을까

바다를 끼고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 식탁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이름만 들어도 바다 냄새가 날 것 같은 나라들이다.

하지만 실제 유럽의 식탁을 보면
바다는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는다.

마트의 수산 코너는 작고,
식당 메뉴판에서도 해산물은 주연이 아닌 조연에 가깝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생선과 해조류가 일상의 음식이다.

같은 바다를 두고,
왜 식탁은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유럽의 수산 소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유럽은 해안선이 긴 대륙이지만
실제 소비되는 해산물의 종류는 매우 제한적이다.

EU 국가들의 수산 소비를 보면
주로 다음 몇 가지 어종에 집중된다.

  • 참치
  • 연어
  • 대구
  • 알래스카 폴락
  • 새우

해초 소비는 거의 없다.
최근 일부 북유럽 지역에서 식문화 실험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소수에 가깝다.

바다의 생물 다양성에 비해
유럽의 식탁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북대서양은 ‘풍요로운 바다’가 아니었다

유럽 북부를 감싸는 북대서양은
자원이 풍부하기보다 위험한 바다에 가까웠다.

  • 파도가 높고
  • 강풍이 잦으며
  • 수심 변화가 급격하다

중세 유럽의 선박 기술로는
지속적인 어업이 쉽지 않았다.

대구와 청어 중심의 대량 어업이 가능해진 것도
산업혁명 이후 선박·보존 기술이 발전한 뒤의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유럽에서 바다는
‘식량의 보고’라기보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지중해는 아름답지만 생산성은 낮다

지중해는 풍경만 보면
풍요로운 바다처럼 보이지만
생태학적으로는 대량 어업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 대서양과 연결된 통로가 좁고
  • 영양염 순환이 느리며
  • 대형 강 유입이 적다

이로 인해
플랑크톤 생산량이 제한되고,
대형 어종이 대량으로 자라기 어렵다.

“지중해에는 먹을 게 없다”는 표현은 과장이지만,
대규모 수산업을 지탱하기엔 불리한 바다라는 평가는 비교적 정확하다.


유럽에는 ‘갯벌’이 거의 없다

해산물 다양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갯벌의 존재다.

유럽의 해안선은
대부분 급경사 암반 구조다.
조차도 크지 않아
넓은 갯벌이 형성되기 어렵다.

반면 동아시아는

  • 넓은 대륙붕
  • 큰 조차
  • 긴 강 유입

이 조건이 겹치며
갯벌이라는 해양 생태계의 인큐베이터가 발달했다.

갯벌은
어패류·해조류·치어가 함께 자라는 공간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유럽의 바다는 깊고 빠르며,
동아시아의 바다는 얕고 느리다.


유럽은 바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됐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육지가 풍요로운 대륙 문명이다.

  • 목축과 농업이 일찍 발달했고
  • 내륙 인구 비중이 높았으며
  • 고기와 유제품이 주요 단백질원이었다

냉장·물류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생선은 보존과 유통이 어려운 식재료였다.

반면 고기는
상대적으로 보존과 가공이 쉬웠고,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기에도 적합했다.

이 구조 속에서
유럽의 식문화는 자연스럽게
육지 중심으로 굳어졌다.


비린내, 종교, 그리고 기억의 문제

생선에 대한 인식에는
문화적 기억도 작용했다.

  • 어류에 포함된 TMAO 성분은
    관리가 어려울 경우 강한 냄새를 만든다
  • 가톨릭 문화권에서는
    금육일에 고기를 대신해 생선을 먹었다
  • 이로 인해 생선은
    ‘대체 식품’ 이미지가 굳어졌다

고기는 축제와 권력,
생선은 금욕과 절제의 음식이라는
상징적 구분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유럽 생선이 더 비리다”는 표현보다는,
비린내를 관리하기 어려웠던 환경
인식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유럽인은 생선을 싫어해서 안 먹는 게 아니다

유럽인이 해산물을 적게 먹는 이유는
입맛의 문제가 아니다.

  • 바다의 조건
  • 육지의 풍요
  • 기술의 한계
  • 종교와 문화의 기억

이 요소들이 겹쳐
식탁의 방향을 결정했을 뿐이다.

유럽은 육지를 먹었고,
동아시아는 바다를 먹었다.

그래서 오늘날
두 대륙의 식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다.


📌 관련 영상
이 주제는 영상에서도 유럽과 동아시아 식문화가 바다 환경에 따라 어떻게 갈라졌는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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