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겉으로 보면 분명 선진국에 가깝다.
일 인당 국민소득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고, 반도체와 IT 산업에서는 세계 최상위권 국가다.
TSMC, 폭스콘 같은 글로벌 기업도 대만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만에 사는 청년들의 월급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은 전혀 다르다.
“선진국인데 생활은 개발도상국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는 대만이 가난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성공한 산업 구조가 만들어낸 역설에 가깝다.
숫자로 보면 대만은 실패한 나라가 아니다
대만의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분명히 선진국 조건을 충족한다.
대만의 1인당 GDP는 대략 삼만 달러 중후반 수준이다.
반도체와 IT 수출 비중은 세계 최상위권이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만의 위치는 대체 불가능에 가깝다.
국가 성적표만 보면 “성공한 경제”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성장의 유무가 아니라, 성장의 분배 방식에 있다.
대만 월급이 유독 낮게 고착된 구조
대만의 평균 임금은 한국과 비교해 눈에 띄게 낮다.
대졸 초봉은 절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고위 관리직조차 급여 상한선이 낮은 편이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대만은 오랜 기간 저임금·저물가 모델을 의도적으로 유지해 왔다.
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즉, 임금이 “못 오른 것”이 아니라
애초에 오르기 어렵게 설계된 구조였다.
OEM·ODM 중심 산업 구조의 한계
대만 산업의 핵심은 OEM과 ODM이다.
직접 브랜드를 키우기보다는, 글로벌 기업의 위탁 생산에 집중해왔다.
이 구조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가격 결정권이 원청 기업에 있기 때문에,
수익이 늘어나도 그 과실이 노동자 임금으로 흘러가기 어렵다.
기업은 성장했지만,
노동자는 부유해지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라는 변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중국의 WTO 가입 이후 글로벌 제조 경쟁은 급격히 심화됐다.
대만 기업들은 대규모로 중국으로 이전했고,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중국은 대만에게 동시에 두 얼굴이었다.
거대한 시장이면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였다.
대만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임금 상승을 더 강하게 억제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책 선택이 굳혀버린 저임금 구조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22K 정책’**이다.
청년 인턴을 저임금으로 고용해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었다.
단기 고용 창출에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임금이 기준선처럼 고착되는 결과를 낳았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임금 구조 전체를 아래로 고정시킨 셈이다.
왜 집값만 오르고, 청년은 가난해졌을까
임금이 묶인 사이, 자산 가격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타이베이의 집값은 서울과 비슷하거나, 일부 지역은 오히려 더 높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은 낮고, 공실이 많아도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결과는 분명하다.
임금은 정체
자산 가격은 상승
청년층은 구조적으로 탈출이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노력’이 아니라 ‘분배 구조’다
대만은 실패한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성공의 과실이 기업과 자본에 집중됐고,
노동소득분배율은 선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이건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제조 강국들이 공통으로 겪는 구조적 한계다.
그리고 이 구조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글에서 다룬 대만의 저임금 구조와 산업적 역설은
영상 콘텐츠로도 정리되어 있다.
글로는 다 담기 어려운 맥락과 흐름을
영상에서는 조금 더 직관적으로 풀어냈다.
관심 있다면 함께 참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